안녕, 한남 2023
Exhibition Details
안녕, 한남 2023
Oct 6 - Oct 28, 2023
아쉬LAB high (서울특별시 용산구 대사관로6가길 28-12)
13:00 - 18:00 월, 화 휴관
Artists
김남훈, 김미옥, 김시은, 김주암(그린그라피제이), 김현희, 박새로미, 심희정, 양세진, 이수지, 조세진, 지영, 최우, 최인호, 허소, 홍성용, 황아일, Dion Bierdrager, Sakubo
주최 아쉬LAB
기획·운영 오은교, 땡땡콜렉티브
글 김강리, 최수연
디자인 김강리
[우리가 다시 사랑하려면]
이태원역과 한남역 사이 구역에는 ‘뉴타운 급매물’, ‘급매물 다량 확보’, ‘재개발 소액투자 전문’ 같은 글귀가 넘친다. 부동산 옆 편의점, 다시 부동산 그리고 통닭집, 또 부동산, 그 사이로는 좁은 골목이 뻗어 있다. 어느 골목으로 가든 낡고 허름한 집을 만난다. 급매물, 소액투자는 이 집들의 미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은 한남뉴타운으로 개발될, 구역 이름 앞에 숫자가 붙은 한남·보광동 땅 가운데 가장 넓다. ‘역대 최대 재개발’, 구태여 더 강조하고 싶은 이들은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이라고 한다. 그런데 화려한 수식과 상관없이, 어쩌면 그 수식 탓에 오늘의 풍경은 허름하다. 벽에는 균열이 예사고, 유리는 깨지고, 문은 녹슬었다.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한남3구역이 시작되는 이 지점, 미래에 관한 이야기는 무성한데 현재에는 무심하다.
한남동 뉴타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2003년부터니, 이런 채로 20년 가까이 지났다. 임대료가 저렴한 탓에 한 집 건너 한 집에 예술가의 작업실이 생겼고, 이곳을 스쳐 지나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십 년째 이곳에 정을 붙이고 사는 예술가도 있다. 그리고 아쉬LAB은 그런 예술가들을 그러모으고,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이주와 철거를 기다리며 매년 《안녕, 한남》을 개최해왔다. 이윽고 2023년 10월부터 한남3구역 이주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면서 《2023 안녕, 한남》은 마지막 ‘안녕, 한남’이 되었다.
그러나 한남과 헤어짐의 “안녕”을 나누는 자리에 동석한 것은 상실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아쉬LAB를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과 그들이 남긴 기쁨의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지난 8월 ‘여기서저기로’는 바라카작은도서관과 협력하여 이주민 아동들과 함께 연극 수업을 진행하고 《월간연극》을 선보였다. 열연을 펼치는 아이들과 공연장 내에 퍼지는 웃음소리. 우리가 한남제3구역에서 얻은 것은 상실의 아픔만이 아니다. 기쁨과 환희 또한 한남제3구역으로부터 왔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을 위로함과 동시에, 기억에 남아있는 순간의 반짝임을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공간이 사라지더라도 기억을 나눈 우리는 여전히 함께할 것이라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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