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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리: 경 (겉과 속의 풍경)

2016. 7. 20. WED - 8. 12. FRI  / 매주 월, 화 휴관

(am 11:00 - pm 6:00)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5-8 

(헤이리예술인마을 1652-191)

참여작가_박효빈, 최지현

 

Reception : 2016. 7. 23 오후 6시





겉과 속의 풍경

 

누구나 그렇듯,

표노인은 늙는 것이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 건강 보조 식품을 챙겨 삼키는 것도 싫고, 새벽에 떠지는 눈과 저녁 식사 이후에 맥없이 풀리는 몸도 싫었다. 

이렇게 온종일 원하지는 않는 사건들로 가득 찬 하루가 더없이 싫었다. 

사실 그의 하루가 불만으로 가득 찬 것에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그렇듯, 

표노인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기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하며,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생각과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주위에서 하나둘 사라져 가는 사람들은 그의 일련의 노력을 그저 일상의 허무로 만들어 버렸다.

 

마음이 그렇듯,

표노인은 젊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적도선 바로 아래 어느 섬의 숲처럼 언제나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싶었다. 

이기적이지만, 독야청청 혼자서라도 젊음을 유지할 수 만 있다면, 

사라지는 주위의 사람들이 더는 자신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할 것만 같았다. 

결국, 주변이 사라지는 슬픔은 자신도 그렇게 사라질 것만 같다는 불안에서 나오는 하나의 공포였다.

 

여행자가 그렇듯, 

불안한 표노인은 짐을 꾸렸다. 오래전부터 바래 왔던 여행을 출발하기 위한 준비였다. 

이 모든 시작을 위해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미리 사두었던 가방의 크기는 그대로였으나, 정작 그 가방을 들기에 벅찬 몸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가방을 샀던 그 옛날 그대로였다.

 

채비가 그렇듯,

표노인의 가방은 온갖 물건들로 꽉 차있었다. 

부피와 무게의 한계를 이미 넘겨버린 보따리를 겨우겨우 끌고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비행기를 타고 다시 태평양의 어느 섬으로 가야 하는 일정이 생각만 해도 아찔할 정도였다.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시간의 절벽에선 간절함으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내리막이 그렇듯, 

표노인은 머리에 쏘아대듯 내리는 여름의 태양으로 인해 현기증을 느꼈고,

이내 손잡이를 부여잡던 근육이 풀려버렸다.

가방은 내리막길을 따라 굴러 부서지며, 안에 있던 수많은 짐들이 길위에 펼쳐졌다.

표노인은 멍하니 앉아 그 광경을 고스란히 바라보았다.

주워 담을 여력이 없었다기보다는 가방에서 튀어나온 여행의 준비물이 한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렇듯, 

표노인이 차곡차곡 넣어 두었던 짐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도 알 수 없는 

수저와 젓가락, 기념 수건, 수없이 반복해 오가던 길에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이날을 기대하며, 아주 오래전 준비했던 부서진 가방이었다. 

그는 나뒹구는 그의 일상을 다시 주워 담아 언제고 지나던 길을 향해 오르막길로 되돌아 올라갔다. 

그리고는 익숙한 그늘에 벤치가 나타나자, 양발을 가방에 올리고는 반쯤 누운 자세로 기대어 앉아 낮잠을 잤다.

오래간만에 기분 좋은 그의 미소가 한여름 푸른 숲 아래 있었다. 

 

글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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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리: 경 (겉과 속의 풍경) 최지현, 박효빈_ 2016.7. 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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