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 Anomalisa - 지영 Bittersweet Fantasy 2인전
2016. 6. 1. Wed - 6. 25. Sat
매주 일, 월, 공휴일 휴관 (am 11:00 - pm 6:00)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 27길 3. B1 (방배동 1-3번지)
참여작가: 조나라, 지영
Opening 2016. 6. 4 (토요일) pm 6:00
이상한 나라의 죠
죠가 사는 마을은 아주 평범한 마을이다. 사실, 평범하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비교 대상이 특별난 무엇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아무튼, 죠는 자신이 사는 마을이 평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비교의 대상조차 모르고 이곳에서만 자라난 죠의 유년기 탓인지 또한 모를 일지만 말이다.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이인 죠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나는 그에게서 특별한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을 지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는 꽤나 유별난 사람임이 틀림없다.
어느 오후 한때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카페 발코니에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는 얼굴들을 관찰했다.
가만히 지나는 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내가 조금 더 평범해지는 것같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날도 근심 없는 자세로 반쯤 누운 상태로 눈 끝이 흐려갈 때쯤 죠가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죠는 그렇게 불쑥불쑥 나타나 나를 놀라게한다.
그러더니 내 뒤에 어느덧 등을 마주 대고 앉은 채 반대편 지나는 이에 대해 촌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그의 말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간혹 흥미로운 질물을 던지는 바람에 어느덧 대화를 나누는 격이 되었다.
대화의 시작은 항상 너와 나의 차이점으로 시작해서 서로의 방향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항상 나의 등 뒤에 있고, 나도 그의 등 뒤에 있다.
그가 사는 마을처럼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기준도 없으니 등의 또 다른 면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은 이구동성으로 “평범한 하루가 좋아”라고 말했다.
죠는 대체로 정해진 시간, 익숙한 장소에서 자주 나타난다. 다만, 그 장소와 시간을 내가 잊고 있을 때가 많아 느닷없이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그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고 해서 죠와의 만남이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그다지 익숙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성격에 죠는 불만이 있었다. 정확하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듯한 의견을 못마땅해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한 장소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니 우리는 항상 같은 곳에서 만나니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보지도 않고, 서로 다른 시선만을 보고 느끼지.
그렇다면 우리는 한 장소에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장소에 있는 걸까?”
죠의 대답은 언제나 “평범한 하루가 좋아”였다.
죠는 자신이 인생이 연결되지 않는 단편의 모음이라고 했다. 매번 다른 삶이 시작했고, 또 매번 다르게 끝을 맺었다.
또 하지만, 그의 인생이 연결이 되지 않는 다고 확실히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면, 내가 시작부터 지금까지 연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는 어제도 나와 만났고, 오늘도 나의 등 뒤에 있었고, 내일도 나에게 말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뒷면이고 그에게 나 또한 뒷면이다. 그의 특별한 능력은 그에게서 나에게로 통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서로를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죠의 실이 나를 뚫고 다시 그를 통하기 때문이다.
죠는 그의 평범한 마을에서 내가 사는 이상한 이야기를 할것이며, 나는 죠의 평범한 마을을 이상한 나라의 죠라 소개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만나면 서로 다른 평범함을 지향한다.
글 김승환
조나라 <Anomalisa> 91.0x116.8cm Thread on Cloth 2016
조나라 <Anomalisa> 130.3x162.2cm Thread on Cloth, 2016 디테일컷
조나라 <Anomalisa> 53.0x45.5cm, Thread on Cloth, 2015
고락전(苦樂傳)
고갯길은 서너 번 넘어 서쪽으로 33리 동쪽으로 44리를 가면 아는 장사꾼들만이 모이는 ‘고락장터’가 있다 장터의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처음에 겨울 무를 모아 팔던 장터가 모여 생겼다는 설, 왜국에서 전해지는 감귤을 닮았지만, 맛은 전혀 그렇지 못한 요상한 과일을 처음으로 팔아 유명해졌다는 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세상의 모든 풍파를 모두 겪은 장사꾼들만이 모인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이름의 여러 설과는 다르게 물품의 종류와 질이 좋았다.
장터입구에는 항상 기름진 냄새들이 사러온 이들과 팔러온 이들을 구별하지 않고 유혹했으며, 수많은 물건이 줄을 맞추어 진열되어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먹지도 사지도 팔지도 않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사람들은 어릿광대라 불렀다. 어릿광대의 본업은 장터의 분위기를 살리는 풍물패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몰려오는 보이지 않는 소문들도 있었다.
말재주가 뛰어난 어릿광대들은 사실의 진위보다 더 재밌게 이야기를 만들어 장터에 풀어놨다.
그렇게 솜씨 좋은 소문이 무성하던 어느 날 나이 어린 어릿광대 하나가 맹랑한 이야기를 하나 풀어 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필락조(匹诺曹)라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살아있는 인형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역을 통하는 장사꾼에게 들은 듯한 이야기는 금세 장터를 아우르며 퍼져나갔다.
사실 이 장터의 소문은 사실이라기보다는 환상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사실과 거짓을 나눌 필요가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어떤 이야기들은 입과 입을 통해 살이 붙여져 더욱 그럴싸한 내용으로 돌아오곤 했다.
피노키오는 이 장터의 오래된 단골손님이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있어 이곳 장터를 매일같이 들락날락하지만, 그것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장터에 구만리 같은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포목점에 들른 피노키오는 주인장이 하는 소리에 눈이 번뜩 띄었다.
오래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였다. 그리고는 주인장에게 장터를 돌고 있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듣고자 했다.
그러자 주인은 필락조는 거짓말을 많이 해 코가 길어질 대로 길어져 무거워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피노키오는 매일 정해진 양의 코를 자르면, 언제나 끊임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당황한 포목점 주인은 옆 가게 주인과 당황한 듯 숙덕댔다.
잡화점에 들린 피노키오는 더욱 놀라운 소문을 듣게 되었다. 매주 필락조가 몰래 찾아와 대패와 슬을 사간다는 것이다.
잡화점 주인은 그가 코를 조금씩 깍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가게를 들린다고 했다.
그날 밤,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할아버지, 아무래도 여러 곳에 나를 닮은 인형들이 생겨날 것 같아요. 마치 할아버지가 나를 믿어 주어 사람이 되었듯 말이예요.
이곳 장터에는 벌써 많은 소문이 생겨나고 있네요.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기울여 믿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추신: 할아버지가 다니시던 포목점은 아직도 그대로예요.
글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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