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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사태 Rainbow Avalanche

2015.10.31-11.29 / 매주 월,화 휴관

(am11:00-pm6:00)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5-8 

(헤이리예술인마을 1652-191)

참여작가_나지석



미세먼지

 

온종일 티비와 라디오, 기사에서 한반도 공기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중국으로부터 날라온 미세먼지가 바람도 비도 없는 하늘에 갇혀 지금 우리가 숨 쉬는 땅 위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을의 대명사인 청명한 날씨가 이제는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았다.

나지석의 작업실을 방문한 그 날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그런데 양평 근처 두물머리 부근, 그의 작업실은 출발지의 공기와는 다른 꽤나 개운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풍수지리와 공기역학을 알지 못하지만, 신기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대립에 놓인 사건과 이슈를 작업의 소재로 담는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만의 고집 있는 의견으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조금 더 심도있는 관찰자의 입장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 같다.

그런 그의 작업상황이 미세먼지가 짙게 깔려버린 지금의 하늘을 닮았다.

대립과 갈등으로 서로의 영혼을 죽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모습을 그리는 관찰자... 

그래서 그의 위치와 그림은 같은 곳에 머문다.

그림을 통해 두물머리와 같은 개운함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무지개

 

로마시대(종교승인이전) 기독교 신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물고기 모양의 표식으로 그들만의 신념을 나타냈다.

오늘날 무지개색의 깃발은 성적소수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현재의 기독교인과 성적소수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의 대표적인 양 갈래이기도 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각자의 신념을 남몰래 표현해야 했던 양쪽 모두가 서로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지석은 무지갯빛이 표방하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붓을 든 관찰자는 지금의 ‘무지개 사태’를 어떻게 보는 것일까...

 

흔히 우리는 일곱 색깔 무지개라는 이야기를 한다.

눈으로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일곱 가지의 색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 솟은 무지개의 색은 수백 수천을 넘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빨강에서 노랑으로 넘어가는 사이만 해도 수많은 색을 볼 수 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의 면적이 적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곱 색깔 무지개라는 인식 속에서 소수는 그렇게 크고 넓은 것에 묻혀버린 것이다.

진정한 무지개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색들이 있어 존재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나지석과 성적소수자들은 다양성에 관한 상징으로 무지개를 그리고 휘날리는 것일지 모른다.

 

화면조정시간

 

다양성에 관한 가능성은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사회의 생각과 사상이 하나로 획일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무서운 현상들을 저 멀리 중국의 진나라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우리는 경험하고 배워왔다.

모든의견들이 수렴되어 현실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 작은 소망 들이 존중됐을 때 반목의 마음들은 이해라는 연금술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나지석의 그림에서는 조각처럼 잘리고 다시 맞추어진 대립의 일면들이 조화를 이루어간다.

현실적으로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을 인물이라든지, 갈등의 상징물들이 같은 캔버스 안을 누비고 있다.

결국,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나와 친하고 가까운것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해를 통해 조금 더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어릴 적 자정을 넘긴 시간에 티비의 모든 정규방송이 끝을 맺고 내보내는 화면조정시간이 있었다.

삐삐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지개와 같은 색색의 세로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저 검은색 또는 흰색으로 끝을 낼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왜굳이 여러 색들과 듣기 힘든 소음을 만들어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시간에 틀어대는걸까...

하지만, 조금 더 나이가 먹고 알 수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각각의 전파들이 여러 가지의 색을 골고루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 소리는 이상이 없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송출되어 재생될 여러 색이 뒤섞인 조화로운 이미지를 위한 화면조정시간이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오늘 두물머리 나지석의 작업실에 화면조정시간같은 무지개가 떠 있진 않을까...

 

글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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