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 : 2015. 9. 8 - 2015. 10. 10 - 매주 일, 월요일 / 추석연휴 휴관
(am11:00-pm6:00)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 27길 3. B1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1-3번지)
헤이리 : 2015.10.13 - 10.25 - 19,20일 휴관
(am11:00-pm6:00)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5-8
(헤이리예술인마을 1652-191)
참여작가_김시은
감정에 숨다.
그는 어린 시절 벌레와의 경험을 통해 혐오, 분노, 희열, 행복, 불안 등의 감정을 느꼈다.
이제 벌레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때의 감정들은 아직도 그의 뇌리와 몸속에 기억된 것 같다.
그렇다면 무수한 스멀거리는 감정을 몰고 온 벌레는 현실 속의 무혐의 피의자일 뿐이다.
언제고 그가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감정은 벌레사건의 이전부터 마음속 부화를 시작 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은 기억이 아닌 발견은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하나의 몸속에서 개인으로 매 순간 부딪혀야만 하는 감정들과의 충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달콤한 숨바꼭질(Sweet hiding)을 한다.
그의 대표작 ‘부끄러운 소녀’ 시리즈를 보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감정을 볼 수 있다.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딸기 속에 소녀의 피겨가 몸의 일정 부분이 파묻혀 있다.
소녀의 몸 어디에서도 감정충돌의 증거를 찾아볼 수는 없다. 온전한 부분만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딸기로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기를 인식하는 우리는 그 소녀의 몸에 일어나는 스멀거리는 감정들을 달콤새콤하다 느낄 것이다.
그것은 기막힌 눈속임과도 같다. 아니,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 감정을 역으로 이용해 볼 수 없게 숨겨버린 기발한 묘수이다.
어느덧 술래가 되어버린 우리는 그의 그림 속 감정을 찾아 계속해서 헤매는 노마드 일뿐이다.
실종된 페르소나를 찾다.
그의 작품들은 온통 물감의 돌기들로 가득한 피겨들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실루엣을 통해 무엇인지 짐작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이다.
‘감정 벌레 ‘시리즈는 감정의 실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표현이다.
“그의 페르소나와 같은 피겨들이 물감 속에 감추어진다.” 라며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끄러운 소녀’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딸기 속의 실체는 이미 드러난 것이 아닐까?
수많은 감정충돌의 결과와도 같은 돌기들이 전체를 감싸 안고 있는 자체가 실체의 전부일 수 있다.
지난 시간 감정의 숨바꼭질을 끝내고, 당당히 감정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실체의 결과물은 이제 집 앞의 길거리로 나왔다. 감정의 크기만큼이나 비대해졌다.
그래도 그는 숨바꼭질하던 소녀였기에 공사장 천막을 앞에 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불안감과 자신감, 양극의 표현들을 그림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마음이 한 덩어리가 되어 사잇소리를 내다.
누구나 이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있다면 사잇소리도 없었을지 모른다.
덧나는 소리도 없었을 테고, 그리고 그의 작품도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갈등과 충돌이 그의 감정을 몰아가듯 아이러니한 이야기이지만,
그렇게 괴로웠던 감정 하나, 즐거웠던 감정 하나가 덧나 어우러지며 또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곪아가던 우리의 마음도 아물어가며 여물어갈 것이다.
오히려 지난 트라우마와 감정충돌들이 그림을 그리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비록 그가 느끼는 감정들로 많은 고통이 있겠지만 모든 것이 해소 된다면…무엇으로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까
감정의 ‘사잇그림’ 같은 김시은의 작품들은 대립으로 부딪치던 자아이며,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칡 나무(葛)와 등나무(燈)가 서로 어울려 하나로 표현될 때, 아름다운 ‘사잇그림’도 탄생한다.
그리고 갈등(葛燈)은 여전히 딸기와 피겨속 달콤한 술래가 되어 우리를 기다린다.
글 김승환
김시은_Untitled_린넨 위에 유채_145.2x112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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