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so e Blu,냉정과 열정展
2014. 4.26~6.1
(am11:00-pm6:00/월요일 휴관)
갤러리아쉬 헤이리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5-8
(헤이리예술인마을 1652-191)
고 헌, 김미경
Rosso e Blu_고헌
마부와 야생마
언젠가 초원의 야생마를 길들이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온갖 먼지가 풀썩이며, 고요하고 너른 초원에 마치 유일한 사건처럼 요란스럽고 북적거렸다.
걔중에 성미가 거친 녀석들은 몇 날을 두고 마부와 지루한 싸움을 하였다.
하지만 노련한 마부는 야생의 짐승을 가축으로 그리고 삶의 동반자로 변모 시킨다.
혹자는 자연을 탐하는 인간의 욕심이라 하겠지만, 그것은 인간과 말, 상생의 타협점이자 교감의 단계이다.
모질고 강한 힘만으로 온순해지는 생물은 들어 본적도 없을 뿐더러
말위에서 무작위로 흔들리는 강한 근육의 움직임을
마부는 선선히 바람을 날리듯 유연히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과 호흡을 나눈 마부의 박자와 리듬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기에
말 역시 아무에게나 그 등을 허락하진 않는다.
그렇게 둘은 초원의 친구가 되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갈것이다.
고헌의 작품은 금속을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금속판 위 표면에 각종 공구를 사용하여 흠집과 자국을 새겨 나간다.
과정은 험하고 거칠다. 그런 힘든 과정이 있다는 것은 금속이 저항하며 반항하는 속성이 강한 것이다.
고헌 역시 어느 때는 강한 힘으로 또 어느 순간은 유연하듯 금속을 다룰 것이다.
고헌의 금속 길들이기가 조화롭게 합일되는 순간 우리는 작품을 완성했다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사진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 특유의 느낌을 알 수가 없다.
빛의 각도나 사진의 색감의 차이라는 말을 빼고서라도
간접적인 다른 매체에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난 너의 친구가 될 수 없어.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렴." "길들인다는 건 어떤 거지?"
"먼저 내게서 좀 떨어져서 앉아. 난 너를 곁눈질로 훔쳐 볼 거야.
아무 말도 하지 마.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는 조금씩 나와 가까운 곳에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_어린왕자 내용中
고헌의 냉정과 열정
금속은 힘의 상징이 되었다.
그것은 인간이 역사 속에서 찾아낸 가장 강하며 흔들림이 적은 물질중 하나이다.
태어날때 부터 삶의 끝날 까지 인간은 나약한 육체를 지녔다.
변하지 않는 가치와 힘을 지닌 금속을 향한 욕망은 그런 태생의 결핍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
불과 마찬가지로 금속도 도구와 무기라는 의미를 오가며 선과 악의 양면을 갖게 되었다. 현실에선 가장 단단한 물성을 가졌지만,
인간이란 욕심의 그릇에 담겨 액체보다 더 극적으로 모습을 바꿔야만했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문명의 이기(利己)로 흘려보냈다.
고헌의 말이 옳다.
그는 금속 스스로 존재하는 자존감은 인간의 감정과 무관하다 이야기한다.
금속을 사용하는 우리의 탐함이 투영되었을 뿐
그 자체는 자연으로 부터 온 따뜻한 자존감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며 차갑지만 뜨거운 열정이 느껴지는 것은 이렇듯 자연스런운 결과이다.
글_김승환
고헌_Anarchist_Enamel on aluminum_360x240_2014
Rosso e Blu_김미경
삭(朔)과 망(望)
언젠가 밤하늘에 더없이 빛나던 보름달을 본적이 있다.
마치 스스로 빛나는 별처럼 저 너머 태양은 지나처버린 아침의 횃불인 냥 착각을 일으켰다.
밤은 어두웠지만, 빛의 희망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맑게 빛을 내고 있던지,
표면의 자국과 온갖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라니 검은 공기를 가로질러 눈앞에 나타났다. 사람의 얼굴 위 파임과 상처들은 조화롭지 못하지만
가본적 없는 높은 곳 우주의 별은 선 하나하나가 조화로움 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어둠이 한쪽을 먹고 또 다시 한쪽을 먹어가며
달은 우주에 피어난 그믐밤 꽃잎이 되어 사라져갔다.
하지만 사라져갔다는 표현은 바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빛을받아내던달은어둠의저하늘에변함없이 존재하고있다.
단지 태양 빛을 통해 눈으로만 바라보려는 그 마음이 달을 지워 버린 것이다.
김미경의 작품은 달을 닮았다.
흘려내릴 것은 흘리고, 번짐과 경계는 있는 듯하며 다시없는 것 같다.
모노톤의 안경을 벗어던지고 바라보는 듯한 색감들은 서로 엉기며 부딪치다 이내 서로를 안아 주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인간의 손길이 제외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란 이야기 속에 인간이란 자리는 항상 존재했듯이
그도 매순간의 감정에 따라 충실한 표현을 담고 있다.
다만, 작품 속에 스며들어 발산하기에 거스름이 없을 뿐이다.
밤이건 낮이건 변함없이 존재하는 달과 같이 김미경도 그의 색과 작품 속에 공존하며 살아있다.
김미경의 냉정과 열정
봄을 알리는 꽃들은 모두가 속절없이 사라져간다.
아니 사라져가는 것이라 말하기에도 안타까운 완벽히 낙하(落下)하는 낙화(落花)이다.
너무나 화려해서 봄이 와 피어난 꽃이 아니라 꽃이 피어 봄이 온것 같은 화려함이다.
그러나 봄의 시간으로 인한 개화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지없어 흩어져 바람 속에 바닥 위에 뿌려지는 잎사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다, 중력과 절기의 법칙 속에 떨어지는 단호한 냉정함이다.
강렬한 아름다운은 이렇듯 냉정한 틈 사이로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김미경의 작품은 튼튼하다.
비록 그의 작업실이 런던 스모그와 같은 테레핀 내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냄새를 향기로 바꾸는 작품이 놓여있다.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는 걱정과 근심들은
같지만 다른듯한 여러 색들이 번져진 작품 속에서 답답함을 놓을 수 있다.
누군가에겐 꽃으로, 누군가에겐 별빛으로, 또 누군가에겐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우리가 놓쳐버린 그래서 삶속에서 안타까운 각각의 무언가가 그의 작품 속에서 그렇게 비춰진다.
하지만 지난 후회를 다시금 발견하는 것이 아닌, 작품의 언저리 어딘가에 이제는 던져버려도 될 것만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언제나 누구나의 안타까움를 받아줄 만큼 튼튼하다.
글_김승환
김미경_Symphony of the Spirit 140407-05_Pigment & Oil on Canvas_140x70 cm_2014
김미경_Symphony of the Spirit 140407-06_Pigment & Oil on Canvas _162x130_2014
김미경_Symphony of the Spirit_Pigment & Oil on Canvas_91x73 cm_2014
Rosso e Blu, 냉정과 열정 - 지하 1층
Rosso e Blu, 냉정과 열정 지하 1층
Rosso e Blu, 냉정과 열정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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