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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온도

2013.07.06-7.28

갤러리아쉬 헤이리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길 55-8 

(헤이리예술인마을 1652-191)

참여작가_정지선, 한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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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경_130607_장지에 채색_60x3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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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경_드로잉설치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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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경_130507_종이에 아크릴_27.9x35.6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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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_body_한지에 연필, 목탄_206x14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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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_조감도_한지에 먹, 가변설치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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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_끝_한지에 연필, 목탄_72x104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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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이메일-

뜬 금 없이 사과.


안녕하세요. 김승환입니다.

첫 메일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뜬금없는 주제로 시작을 해 봅니다.


작가님들은 사과를 어찌 생각하시나요?


지금 제 옆에 사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래에 먹은 기억도 없지만, 오늘 불현듯 사과가 생각이 났습니다.

불그스름한 빛깔의 사과도 초록의 시큼할 듯한 사과도 아닌, 재래시장에서 파는 사과 박스 맨 밑에 의도적으로 또는 못생겨서 깔려버린 그런 사과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실 저에게 사과는 중요치 않습니다. 누구의 사과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실이고, 

다른 이의 사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정물일 수 있고, 또 누군가의 사과는 잘 굴러가는 공과 같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뉴턴의 사과가 그의 이론을 증명하는 증이 되었듯, 저는 이 사과를 통해 작가 분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부분들부터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쩜 전시와는 너무나 다를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지만,

묻고 싶습니다. 뜬금없이…


이 중요치 않은 사과를 어찌 생각하시나요? 

-김승환-



 2013년 3월부터 각 분야의 사람들과 북클럽을 형성하여 매주 토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다. 그 중 꽤 유명한 젊은 한복 디자이너의 샵과 나의 작업실이 근처인데다가, 서로 죽이 잘 맞아서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하여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요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몸이 불편하여 다른 이에게 추천받은 사과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고. 그게 뭐냐고 되묻는 내게 3일 동안 사과만 원하는 만큼 먹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단시간 내에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3일 후에는 반드시 정상적인 식사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3일 안에 최소 3kg감량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4월 7일 일요일. 헤이리 갤러리 aHsh에서 첫 미팅을 가진 후, 빌어먹을의 200번 버스가 더 이상 헤이리와 일산을 연결해주지 않는 바람에 장장 2시간 40분을 걸려서 일산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짐을 놓고, 병원 앞 정차되어 있는 사과 트럭에서 6알을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간병을 하면서 내내 입에 사과를 물고 있었다. 사과가 떨어지면 또 다시 사과를 구입하여 먹었다. 왜 사과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까. 불편한 포만감만이 계속 되는 기분이다.


 이틀 후쯤이었을까?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났는데, 배가 찢어질 듯이 아프고 식은땀이 쉬지 않고 났다. 등을 펼 수가 없더라. 도대체 무슨 숙취가 이렇게 심한 걸까? 

 술을 꽤 잘 마시는 편이라 어지간해서는 이런 일이 없는데, 기본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조금 휴식을 취하니 나아지는 것 같더니만, 결국 밤이 되니 다시 온 몸에서 땀이 뚝뚝 흘렀다. 할아버지께서 위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의 위는 항상 약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아 제기랄, 위가 아픈 것인가 보다. 약국에 가서 다시 위에 관련된 약을 먹었다. 그래도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결국 며칠 후, 위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32살인데,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리고는 놀라운 결과를 받게 되는데, 내 식도와 위는 매우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내 위는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고 말하여 매우 당황스러웠다. 살아오면서 배가 아플 때마다 당연히 위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족히 수백 알의 위에 관련된 약을 먹었는데. 정말 말 그대로 "헐!"이었다.

 대신 내가 아픈 곳은 십이지장이라는 사실.

 그 곳에서 이미 피가 터졌던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이 여러 번 아팠을 것이라면서, 3개월 동안 약물로 치료를 해야 하며 술, 담배,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사과'란, 내게 본인이 앓고 있는 질병을 알려준 증거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현재 나는 약을 복용하면서 여전히 술, 담배, 커피를 즐겁게 취하고 있다. 

-한석경-



나는 사과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특유의 애매한 신 맛은…… 

나에게는 지금의 평온함을 흐트러뜨리는 무언가로 연상이 돼요. 재밌거나 충격적인 완전한 파괴가 아닌 애매한.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오락.

하지만 엄마는 사과가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꼭 섭취해야 하는 어떤 상징처럼 여겨지는지 가끔 저에게 사과를 권합니다. 

그럼 저의 마음속에는 일단 거부감이 생기죠. 비타민이 풍부한 하고많은 과일 중에 왜 하필 사과일까. 나는 사과가 별로라고 분명 말을 했는데?

하면서 내가 싫어하는, 하지만 분명 나를 위한 사랑의 권함들을 떠올리게 돼요. 사랑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짜증이 나요. 이런 못된 게 있나 하면서 또 짜증이 나요.


보기 좋게 자른 사과가 담긴 접시를 내려다봅니다. 

이것을 먹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해하겠죠. 맛있게 먹으면 엄마가 행복해하겠죠. 엄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니 맛있게 먹어보자 하지만 맛이 없는 건 맛이 없는 거죠. 내가 맛이 없는 것을 억지로 먹으면 스트레스가 되고 그건 엄마에게도 좋지 않은 거죠. 그럼 먹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하지만 내가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맛있는 척 먹으면 엄마는 행복하겠죠. 하지만 내가 사과를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다음에 또 사와서 예쁘게 잘라 주겠죠. 그럼 그때마다 나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겠죠. 아니 엄마가 행복해하니 그 스트레스는 자연히 없어질까요? 안 없어진다면 나는 과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를 원하지 않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일단은 먹으면서 지금은 맛있는 척 먹어보겠지만 다시는 사오지마세요 내가 지금 이걸 먹는 건 사과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과를 먹어야 엄마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그럼 엄마는 사랑을 베풀었음에도 찝찝한 기분이 되고 그 순간을 잊고 또 비타민의 제왕 사과를 사오겠죠. 이건 마치…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어머니가 나의 곁에서 사과를 깎을 적에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고 또 나는……


나에게 사과는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의 갈등. 의 갈등의 갈등.

-정지선-



땅과 흙을 닮은 갈등의 맛.


사과나무 뿌리의 맛은 씁니다.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맛은 분명 달지도 시지도 않을 것 입니다.

비록 쓰디 쓴 맛을 가지고 있는 뿌리는 땅과 흙을 가장 닮은 맛(추측의 이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의 가장 달콤한 맛, 담백한 맛, 또는 싱거운 맛까지… 그 맛의 출발은 땅과 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과의 애매한 신맛도, 출발은 땅속 깊숙이 파고든 잔뿌리부터가 아닐까요?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은 무슨 열매를 맺기 위한 뿌리일까요?

그런 갈등의 뿌리들은 줄기를 타고 잎으로 뻗어 작품이란 이름으로 맺혀질 열매들일까요?

아니면 열매 없는 나무에 돋아나는 가시처럼 생존을 위한 뿌리가 되는 것일까요?


분명한 것은 뿌리와 열매 그리고 과정에서 파생되는 맛은 모두 생존을 위한 거라는 것입니다.

생존은 살아가는 것이고, 살아가는 중간 중간 우리는 애매한 신맛들을 느낄 것입니다.


뿌리가 갈등이고, 갈등은 사랑의 뿌리이고, 뿌리가 모호한 사과의 신맛이고, 

또 그래서 세상은 좀 짜증나고, 좀 더 애매하고, 더욱더 얽히고설킨 관계……들?


스트레스는 누구의 기쁨이 될 흙이고, 기쁨은 땅으로 돌아가 다시 찝찝한 어둠속을 파고드는 불규칙의 뿌리들이 될는지도…….

-김승환-



 내가 키우고 있는 손바닥보다 큰 달팽이는 흙을 먹고 똥을 싼다. 


 흙 안에 있는 무기질들이 녀석들의 몸속에 필요충분의 영양을 공급해주고 2만 5천개의 치설(달팽이의 이빨)을 단단하게 해준단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연체동물을 포함한 양서류, 파충류를 포함한) 각종 애완동물이 살고 있는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흙'은 코코넛 열매의 껍질의 부산물로써 3~5개월간 부식시킨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스스로 수분을 머금으려는 성질과 푹신한 촉감 때문에 사실상 실제의 흙을 대신하여 흙처럼 사용되고 있는, 흙보다 나은 자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녀석들의 배설물인 똥은 실제의 흙, 즉 땅으로 돌아가 천연 거름이 되어준다.) 


 자연 그대로 흙을 사용하기에는 여건상 좋지 않기에 자연 속의 흙 같은 가짜 흙을 제공해주는 인간은 자연 안에서 자유적인 생물로써 삶을 영위하던 달팽이를 인위적인 삶의 환경을 조장하여 곁에 두려고 한다.     


 갈등의 맛이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한석경-



내 방 티 비.


내 방에는 TV가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작동하지 않게 방치한 여러 가지 사연은 이렇습니다.


1,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어 더 이상 수신이 되지 않습니다.

2, 디지털 수신기를 설치하려면, 주인집 할아버지가 들어와야 하는데, 머리카락 개수와 화장실 청소 상태를 덤으로 점검 받기 싫습니다.

3, 보아도 재미없고 들어도 흥미 없는 TV가 사실 필요도 없고, 나는 퇴근 후 피곤해서 드러누워 자기 바쁩니다.


얇은 벽걸이 TV 의 미세한 모공까지 들춰내는 조국의 신기술로 가득한 TV가 퍼져있는 세상에서 내 TV는 잡다한 책들과 향수, 초들이 올려진 

일명 `막 다이`에 불과합니다.

버리고 싶지만…… 그게 참 귀찮게도 무겁기도 하고, 주인집 할아버지가 유성 사인펜으로 `내 것`이라  표시하셨기에…… 당분간은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4번째 이유.


지난 월요일 부산을 내려갔습니다.

밤에 여기저기를 어슬렁 둘러보던 중 꼼장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꼼장어를 시켜 놓고, 부산 막걸리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TV에선 사극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식당 아주머니들의 빠마 머리 사이로 TV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너무나 슬픈 배경음악이 짧게 흐르고, 곧 바로 이어지는 밝디밝은 음악과 나름의 러브 테마 같은 음이 꼼틀대며, 지글거리는 꼼장어를 연주했습니다.

감정은 급격한 4차 함수 그래프를 그리며, 똬리 틀며 볶아 졌습니다.  


유지하고 음미할 여유가 사라져버리는 TV속 세상은 참으로 슬픕니다.

비단, TV뿐만 아니라 나의 지금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 세상이 애처롭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한 권으로…` 라는 타이틀의 책들이 매대 앞을 장식합니다.

도시의 번화한 밤거리를 가보면, `한 방에…` 라는 문구로 스트레스를 날리자는 간판들이 수두룩합니다.

빠름과 느림의 화두가 아니라, 여유를 지켜줄 수 있는 삶을 바라고 싶습니다.


사실 나는 작가님들의 작품들로 나를 위로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깊게 천천히 익혀져 음미할 수 있는 여유를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바쁜 하루하루가 쌓여갑니다. 난 오늘도 한방으로 피로를 풀 자양강장제를 찾을 듯합니다.

그래서 가슴과 마음은 더더욱 피곤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지만, 누구를 생각하며, 맑은 미래의 일기를 써봅니다. 

-김승환-



 큐레이터님처럼 나 역시도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 (보는 것이라고는 '무한도전'뿐인데, 이 조차도 토요일 저녁에는 집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편이다.)


 대략 4년 전쯤, 상수역에 있는 (그때는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곳이었으나, 현재는 사라진,) 왕십리 곱창은 테이블이 고작 5개 밖에 없는 작은 가게였으나, 아주머니 3분이서 운영하시는 곳이었으며 식당 아줌마들의 영원한 벗 '텔레비전'이 항시 켜져 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당시의 남자친구와 곱창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신명나게 소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텔레비전에서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이 비춰졌다. 분화된 화산재는 제트기류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때문에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북서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었다고 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지구의 큰 변화 중 하나로 꼽힐 것이라고 방송되더라.


 "아, 그렇구나. 오늘 저런 일이 일어났었구나." 하면서 애인과 다시 소주잔을 부딪치다가, 

불현듯 영국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내 동생이 생각이 났다. 맞다! 잠깐 휴식 취하러 영국 북부 지방 쪽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입에 상추쌈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서 핸드폰으로 바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화산 폭발로 인해 온 지역이 마비가 되어있어서 휴가는커녕 일상생활조차 혼란스러운 지경이라고 하였다. 염려와 당부가 섞인 말들을 건넨 후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내내 방송되던 화산 폭발 장면은 이미 끝났고 봄나들이의 전경이 가득한 서울의 공원 모습이 리포터의 들뜬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띵해지면서 공황상태가 되었다.


 뭐지, 이 불편한 생경함은?

 지구 반대편에서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났고 내 동생이 곤경에 처한 심각한 상황이 몇 분 만에 사라지고 내 몸을 기름지게 해 줄 고기와 흥을 돋울 술이 눈앞에 있으며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곁에 있더라.


 그리고 봄날 속에서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의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나와 곱창집을 메우고 있다.

-한석경-


심심하거나 지루한 순간을 못 견디는 나는 거리를 걸을 때도 mp3가 필요하고 전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하더라도 반드시 읽을거리가 필요합니다. 매일 mp3의 배터리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mp3의 배터리가 닳아 띠- 하고 꺼지는 순간부터 나는 엄청난 허전함과 불안함 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답게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TV를 켜는 일입니다.


몇 번이고 ‘내방티비’를 읽으며 상상해 보았습니다. 석경작가님의 손바닥보다 큰 달팽이와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던 것처럼.

TV가 없는 나…….


아침.

습관적으로 내 손은 TV 리모컨을 향했지만 전원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고요한 가운데 냉장고를 열고 접시를 꺼내는 내 동작들에 스스로 몰입이 되면서 매우 낯선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내 손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야말로 일상을 음미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지선-


좋은날

날씨가 참 좋은 날입니다. 

이 좋은 날씨에 작가님들은 무엇을 하시며, 보내시는지요?

빛 속에 엄청난 영양소가 있다 믿어질 정도로, 주변의 자연들이 점점 강해지고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관한 걱정도 근심도 오늘 같은 날에는 희망으로 채워집니다.

물론 그 어떤 근거도 없지만, 눈 오는 날 개처럼 하이퍼가 됩니다.


이런 눈부신 날에도

종종 단점에 관해 이야기 할 때가 있습니다.

분석하고 크리틱하여 문제점을 찾아 들춰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릴 적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검둥소와 누렁소 이야기.

일하지 못하는 소를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말라는 농부의 우문현답이 오버랩 됩니다.

이런 생각들이 더 혼란스럽게 하지만, 저는 신랄한 크리틱보다는 칭찬의 힘을 믿고 싶습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못다 한 꿈들을 채찍에 아파 포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분명한 문제점과 또 수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론 상황과 장소에 따라 그것은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특히나 감성과 마음을 만져가며 작업하는 직업들에 있어서, 그렇게 큰 단점과 또 그렇게 커다란 문제점이랄 게 대체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히틀러가 부모의 칭찬으로 미술을 시작하고, 비엔나 미술학교에 합격을 하고 그의 광기 어린 능력(?)을 예술로 폭발시켰다면… 

설사 세상의 유명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예술의 삶을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면…


단점을 찾아야 하는 때가 온다면, 오늘의 하늘과 빛, 바람을 선선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의 무한한 장점의 실마리를 솔솔 당겨 보고 싶습니다.


몸은 항상 피곤합니다. 세상은 복잡합니다. 관계는 마구 엉켜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리 즐겁지도 못합니다. 적어도 제가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은…

그래서 더욱 노력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즐겁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어떤 이의 글처럼 사람의 감성도 매일 닦아 기민하게 행복할 수 있는 감성의 안테나를 준비해야 한다 합니다.


이렇듯 좋은 날, 작가님들도 눈부신 광합성으로 긍정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여하튼 오늘은 좋은 날이며, 좀 개같이 하이퍼(?) 되었습니다.

-김승환-



갤러리 부엌에는 매일 자신을 쥐어 짜내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녀의 출신은 이탈리아이며, 이름은 에스프레싸입니다. 


지난겨울 그녀는 큰 수술을 치렀습니다. 

몸의 중간 중간이 기압을 견디지 못해 김이 새어 나고, 그녀가 뽑아내는 커피 양도 조금씩 줄어갔습니다. 

벌써 한국 생활이 5년을 넘어간다는데… 이곳저곳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어쩜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입원시키기 전 갤러리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간편하며 멀끔하고 게다가 미니멀하기까지 한 새로운 젊은이를 들여야 할까나 하며… 

`부웅`거리는 소리도 없고, 무거운 도구도 없으며, 간편한 캡슐이면서 상당한 맛을 자랑하는 그 미국 젊은이. 

그에 비해 에스프레싸는 마치 바랜 흑백사진 속 19세기 이태리 아가씨 같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온갖 인스턴트와 합성착색료에 길들여진 저로써는 어느 커피가 더 맛있는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최소한, 고민의 고민의 결과물, 작가의 작품이 걸리는 갤러리에 걸맞은 커피 맛은 에스프레싸가 잘 뽑아 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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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미안해` 라며 제게 말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다 접질린 무릎을 절뚝거리시며, 제게 미안하다 하셨습니다. 

무릎을 접질려 함께 발맞추어 걷지 못해 미안하단 의미와 유쾌하지 못한 집안일로 제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게 해 미안하다며, 다시금 미안하다 하십니다.미안해,미안해,미안해… 


저는 지난 10년간 너무나 자유롭게 날아다녔습니다. 

당신은 단 하루도 자유롭게 날아보신 적이 있을까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 

파이프 중간 중간에서 김이 새던 에소프레싸의 모습을 떠올리면, 어머니의 고장 난 무릎이 떠오릅니다. 

매일매일 마음을 쥐어짜고 계실지 모를 나의 어머니. 


어머니가 뽑아 주시는 커피는 미안하지만, 에스프레싸보다 더 진할 것 같습니다. 


Brava MAMA, Brava ESPRESSA…

-김승환-



에스프레싸 커피 마시고 싶네요.

-정지선-



 아부지께서 무역에 관련된 일을 하셨기 때문에 나는 어렸을 적 독일에서 살았었다. 그리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문화적 체험(?)을 많이 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매일 여행을 다녔었으니까…… 1980년대 한국인들이 유럽에 나와서 사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특별한 시간이었지.


 우리 부모님께서는 항상 커피를 드셨는데, 어린이용 디카페인 커피를 구입하여 나와 내 동생과도 티타임을 함께 하려 하셨다. (나는 매우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마셨었다.)


 …… 그리고 놀라운 것은


내가 이 메일을 꽤 오래전에 써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임시보관함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금! 롸잇 나우! 알게 되어서 매우 당황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뒷부분의 텍스트는 모조리 날아갔다 라는 비극적인 현실…….

-한석경-


안녕하세요.

곧 장마가 시작 되려나 봅니다.

이 비를 밥 삼아 작가님들도 작품에 정진 중이시겠죠.

지난번 작업실을 다녀온 후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으면서도 참 많은 것이 다르구나…라며.

사실 머릿속이 더 혼란해지고, 내용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그리고 캘린더를 보며, 시간이 많지는 않네 하며, 생각의 악셀을 좀 밟아야 했습니다.


전시 타이틀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일단 제 머릿속에서 하나 떠오른 것은 '수중식물' 입니다.

그리고 부제로 '숨겨진 온도'

줄기의 밑은 물속에 줄기의 위는 공기에 노출된 모습을 가진 식물이죠.

그 살아가는 환경으로 인해 생활의 유연성을 가지기도 한답니다.

두 작가님들의 다르지만 같은, 하나의 식물이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의미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세상의 식물 중에서 몇 프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서 저희 갤러리가 가는 의미와 일치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다시 숨겨진 온도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작품을 심화하려 합니다.


한석경 작가님의 지난번에 이야기한 숨겨진 온도에 관한 글이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정지선 작가님의 생각들도 너무나 궁금하고요.


지금 모두 작업에 열중하시고, 

바쁘시겠지만, 내용의 템포를 어둡지 않게 밝은 느낌으로 크레센도하게.


화이팅!

-김승환-


수중식물의 의미는 좋습니다만 꼭 부제까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제가 있어야 한다면 제목을 보충해주거나 영역을 축소해 이해가 쉽게 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제목과 부제의 내용이 좀 동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둘 다 멋진 말이지만 함께 있으니 임팩트는 떨어지고 좀 어수선해지는 느낌이에요.

제목은 함축적이되 단순하고 분명했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정지선-



의미 혹은 전시에 관련된 집중도를 떠나서,

 '수중식물'이라는 단어 자체가 참 예쁜 것 같아요! 음독이 매우 마음에 든다는- 정지선 작가님이 말씀하신 부제의 필요성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기는 한데, 생각보다 흐리멍덩한 자아를 갖고 있는 저로서는 마음에 드는 편입니다. 허허. (전시의 기획의도가 뚜렷해지면 해답은 쉽게 나올 듯싶어요.)


 정지선 작가님의 작업실을 방문한 후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두 분께서 염려하시는 바와는 달리, 저는 우리 모두가 꽤 닮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다할까? 

 인간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 혹은 심경의 변화를 적절한 거리감을 갖고 담담히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시되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관심 있게 듣는 지선씨의 의외의 모습,

 그리고 현재 갤러리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계시지만 실은 영화연출을 공부하시고 글을 쓰시는 승환씨께서 저녁식사 자리에서 삶과 인간에 대해서 솔직한 입장을 말씀해 주시던 모습까지도, 

 저는 참 좋았어요.

 

 불과 몇 달 전까지는 타인이었던 우리가, 웃고는 있지만 조금은 낯설게 만나 같은 분모를 품기 위해서 30년 넘게 지내온 시간들을 함께 뒤적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 자체가 '숨겨진 온도'이기도 하고 '수중식물'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수중식물을 떠올리면 부레옥잠, 개구리밥.. 따위가 생각이 나네요.) 


 승환씨는 어떤 점을 발견하고 두 사람을 함께 엮을 생각을 하셨을까?

 지선씨는 내 작업실을 다녀가고서 솔직하게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우리 모두는 전시의 색깔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길 원하는 것일까?

 더 솔직한 내 마음 중 한 조각은, 인쇄물 준비는 언제부터 들어가는 것일까?

-한석경-



<숨겨진 온도>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다면 '숨기다'는 어떤 사물을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다 혹은 어떤 사실이나 행동을 남이 모르게 감추다, 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온도'는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 또는 그것을 나타내는 수치. 물리적으로는 열평형을 특정 짓고 열이 이동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양이며, 미시적으로는 계(系)를 구성하는 입자가 가지는 에너지의 분포를 정하고 그 평균값의 표준이 되는 양을 나타낸다. 

 

 우리가 전시의 가제로 정했던 '숨겨진 온도'는 촉각으로서 인지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수치를 인간의 행위로써 인위적으로 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물질의 기본 온도를 잃은 것들을 모아서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버려진 것, 혹은 시간이 지나서 죽어버린 것이 자신의 형태를 잃었기에 하찮아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편인데, 사소하기 때문에 눈부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지내는 사람들의 행동을 확인하게 될 때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버림'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을까'?

 나이가 들면 점점 지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추억에 젖어서 사는 것이 인생지사인데, 

 당장의 현재 삶에 치여 너무나 쉽게 지나치는 것이 아닌지. 서글플 때가 많다.


 애인님은 개인의 내부로부터의 발현하는 한 조각, 한 조각이 이 세상을 말해줄 수 있는 거리기에, 초현대 말기 시대를 대표하는 감춰진, 불변 속에서 진실하게 끓는점으로써 '숨겨진 온도'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나의 숨겨진 온도를 시각적 구현을 할 수 있을까? 정지선 작가는 어떠한 내용을 담아낼까?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김승환 큐레이터님은 어떤 온도를 자신 안에 담고 있을까?

-한석경-



(대기의 온도가 좀 숨어줬으면 하는 요즘입니당.) 

-‘숨겨진 온도‘에 대한-


온도는 사고.


숨겨진 온도=숨겨진 사고


물질은 사람.


물질의 온도=작가의 사고



물(물질)이 온도를 통해 얼음과 기체 즉, 다른 상태로 변신하듯 

작가는 무형의 사고를 통해 유형의 작품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고가 깊어지는 것.

물이 끓는점을 만나 기체가 되고 

작가가 끓는점을 만나 작품이 된다.


우리는 현재 서서히 기화되고 있고 사고(온도)의 유연성을 통해 얼음이, 기체가, 액체가 될 수 있다.

-정지선-



숨겨진 온도. 기획의도.


이것은 기획의도가 될 수도 있는 동시에 한 개인의 의견입니다.


맨 처음 정지선 작가의 작품을 보고 사람의 내면, 마음에 관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언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정해 두지 않음이 오히려  당연할지 모르겠군요)

경계가 없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치유가 아닌 치유의 순간(어느 날 칼에 베여 피가 철철 나오는 순간 거즈를 덮어 지혈하는 그때와 같은, 피는 멎지 않고 흐르지만 거즈를 덮어 막으려는 순간) 같은…

이 분은 자신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는 건가, 품고 싶지만 찔리는 가시나무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석경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든 느낌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그 속에서 파생되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가치를 잃어버린 것(최초의 이유가 버려진 물질과 흔적이라 해야 할까요.) 

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살아가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것들을 결국 자의건 타의건 버려야 하는 것이겠죠. 

그것은 다시 정지선 작가의 느낌과 맞물려 돌아갔습니다. 한 개인의 마음을 버려야 했던, 하지만 다시 만지고 싶은… 

또 버리고, 또 만지고…


결국은 이런 느낌들이 두 작가 분을 모시고, 전시를 하자라는 생각으로 이르게 했습니다.


의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힘들지만, 전시의 편의를 위해 적자면 이렇습니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한 사람의 잊히거나 버려졌거나 또는 사라진 것에 대한 이야기.


숨겨진 온도, 묵음 'H'의 의미, 그런 것들과 함께 상류건 하류건 함께 하는.. 일명 '한 통속' 이겠죠. 


올해 두 번째 기획전은 내용적으로 더 파고들고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담고 있는 의미가 거대한 것이 아니라. 

한 층 내려가 보자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 한층 밑은 무엇이 있나 한번 보자라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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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과도 상의해 보았는데, 숨겨진 온도를 타이틀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중식물은 전시 글에 인용하여 써 볼까 하는 생각 입니다.

그리고, 엠티 이후 알피엠을 확 높여서, 7월 전시로 달려갑니다……. "지옥의 즐거운 레이스… 다시 시작입니다"

인쇄도 엠티 이후 바로 업체 알아보고, 형식 정해서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인쇄물도 엠티 때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덥습니다.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만,  힘내세요!

-김승환-


석경씨의 작업실에서 나오기 싫어했던 저를 기억하시는지?

물건들이 각기 저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어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석경씨의 손과 마음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기 때문이겠죠? ‘물건’과 ‘한 사람의 물건’은 그렇게 다르게 읽히죠.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지식, 실천력이 석경씨의 큰 무기가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것들을 동시에 가지기는 어려운 일이죠. 

아, 그리고 작업실 안에서 제 친구 **을 떠올렸습니다. **은 말하자면 오브제작가인데 저는 그녀의 작품을 보자마자 반드시 친해지리라 마음먹었고 그 후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을 두 점 소장하고 있는 것은 저의 큰 기쁨입니다. 지금은 독일에 가 있어요. 석경씨와 그녀, 작업실의 모습이 참 비슷해요. 


즐거웠습니다. 무언가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고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행운으로 느껴졌습니다.


전시의 색깔이 어땠으면 좋겠다하는 방향은 따로 없어요. 좋은 작품과 최상의 시너지가 전시의 색깔이 되겠죠. 


저의 솔직한 마음의 한 조각은 승환씨는 이제 죽었당. 입니다. (인쇄 그거 장난 아니잖아요.) -화이팅-

-정지선-


 

 

 아-


 의문형으로 마친 제 메일에 바로 답변을 받게 되어서 매우 기뻤어요. 형식적인 (구린) 표현 같아서 조금은 쑥스럽지만. 감사합니다. 흐흐


 저는 오늘도 새벽 3시부터 내내 작업을 했습니다. 예상하는 양을 뽑아내려니, 그림의 성격상 진득하게 그려야 해서 속도는 안 나고…… 때문에 욕심이 너무 컸나 싶어서 순간순간 좌절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이 엄습하여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요. 

 매일 4-5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있는데, 혹 그 이상의 수면을 취했을 적에는 일어나서 자책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우습게도) 작가는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많이 게으른 편이 아닌지라 이처럼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바로 우울해지고 소화가 안 되며 안압이 높아져요. 조금은… 병신 같은 심신인 것 같아요. 하하


 전시의 기획 의도를 알게 되고 <숨겨진 온도>로 제목이 픽스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정말 가열히 작업을 준비하는 것뿐이네요. '수중식물'이 거론이 되기에 설치에 변화를 줘야할 것 같아서 차선의 방안을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방향성이 정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레옥잠 1덩이(?)에 1000원이라는 시가까지 알아보고 있었다는……흐. 


 이번 전시에서의 제 작업은 '모든 것은 꽃이다.'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두고 진행하고 있어요. 꽃은 성기를 노출하고 있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살고 있는 우리의 존재는 어떠한 순간에는 생물로서 혹은 무생물로서 연명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고, 그래서 '물질'이 존재하는 한,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실제 죽어버린 식물을 그리기도 하고 버려진 맥주 페트병으로 꽃을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각기 다른 무게를 갖고 존귀함을 지니고 있음에도 우리의 관계 속 이야기라는 것은 너무나 쉽게 흩어지고 사라집니다. 그것에 관해 연민을 느끼며 존재 자체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것이 이번 저의 작업이에요. 



 Every piece of flower represents the whole world. 

-한석경-




작가님들의 느낌 잘 받아보았습니다.

역시 두 분을 엮은 것이 제대로 된 선택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진작 서로의 작업실을 같이 둘러보고 한 잔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군요.

이메일을 통한 교환은 인쇄 직전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겠지만요…….


물론 전시도 중요하겠지만, 저를 비롯한 두 작가님들 모두 전시 이후에 서로 의견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를 또한 바라봅니다.


사실, 이런 것이 갤러리와 작가, 작가와 작가,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그 무엇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럼 기나긴 인생길에 때때로 지켜보는 소중한 인연이 되길 빌어봅니다.

-김승환-


이미지 확대보기숨겨진 온도 - 정지선, 한석경_2013.7.6-2013.7.28

숨겨진 온도 - 정지선, 한석경_2013.7.6-2013.7.28
  • 숨겨진 온도 - 정지선, 한석경_2013.7.6-20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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